영원한 제국 / 이인화 / 도서출판 세계사
정조의 독살과정을 철저한 허구로 그린 소설이다
작가는 후기에서, 영남지방에 전설처럼 고루 퍼져있는 조선조 22대 정조대왕의 독살설을
어린시절 친척 아주머니께 감명깊게 들었던 것을 소설로 지었다고 했다.
역사학자 이덕일도 [조선왕 독살사건]에서 정조 독살설을 다루었다시피 이제
조선조 왕들의 독살설은 우리에게 그다지 낯선것이 아니다.
하지만 알려지기 전까지야 쉬쉬 하면서 얼마나 은밀히 이런 얘기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겠는가
물론 헛소문들도 이런 모양으로 떠돌곤 하지만
대개 민초들의 입을 빌려 퍼지고 전해지는 얘기는 아니땐 굴뚝에 연기나랴듯이
충분한 개연성을 가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거기에 더 보태져 우리가 그 죽음을 아쉬워하고 있는 지도자임에랴!
이야기는 한 가상의 소설가가 고서점에서 [취성록]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그것을 토대로 소설을 짓는 과정으로 펼쳐진다.
그렇지! 누군가는 써 놓고 싶어 했으리라
어마어마한 사건의 목격자로서 진실을 어딘가에 써 놓지 않고 차마 눈을 감겠는가
비록 수백년이 흘러 그것을 적어 놓은 종이가 썪어서 후세에 전해지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지라도
당시는, 전해지리란 실낱같은 희망으로 쓸게다
바로 그 점에 착안해서 이인화는 매우 헐어버린 [취성록]이란 제목의 책을 만들어 낸다
거기에다 실록등에서 건진 사실 몇몇을 첨가하고,
역사적인 인물들의 성격을 살을 붙여 표현하고,
가공의 인물,,소설속에서 조차 그 이름의 진위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가공의 인물(취성록을 쓴자)과,
실록에 간신히 이름만 올라있는 '선대왕의 금등지사'에 실체를 부여하여
무게있고 긴박한 미스터리 스토리를 매우 훌륭하게 구성해 내었다.
개혁의 왕, 정조...
휘몰아치는 당쟁속에서 아버지 사도세자의 비참한 죽음을 목도하고
살얼음을 걷는듯한 권력의 위태로움 속에서 등극하여
당쟁을 없애고 민생을 구하고자 여러 개혁을 시도하였으나
즉위24년만에 급서 한, 우리 민족의 위대한, 그래서 너무나도 아쉬운 지도자인 정조...
그의 죽음은 확실히 조선왕조의, 우리나라의 크나큰 손실이었다.
정조이후, 당쟁보다 더 비극적인 세도정치가 시작되었기에 그 손실감은 더하다
지은이 이인화는 이 소설을 30대의 젊은 나이에 썼다
곳곳에 숨어 있는 그의 인생철학을 들여다 보면
이 글이 과연 30대의 피끓는 작가가 쓴 글일까 믿을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마치도 50대는 된 듯한 관조의 분위기가 넘친다
거기에 감칠 맛나는 글솜씨까지 더해져 한 번 책을 열으니 놓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한 달음에 다 읽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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