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홍석중
출판사 : 대훈
개요 : 소설 / 각권 300여쪽
이 책은 2002년 북한에서 출간 되었고
남한에서는 2004년에 나왔으며
그 해에 제19회 만해문학상 수상작에 선정되었다
지은이 홍석중은 [홍길동]을 쓴 월북작가 벽초 홍명희의 손자이다
책 앞장에 이 책을 출간하게 된 경위와
분단이후 표현상의 큰 차이를 보이는 남한말과 북한말의
상이한 점을 예로들어 몇가지 소개해 놓았고
원본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 띄어쓰기와 문장부호만 수정했을 뿐
원본을 그대로 썼노라는 설명이 부연되어 있다
사투리며 古語가 그대로 살아있는 이 책을 읽는 느낌이란
마치도 따뜻하고 포근한 어머니의 품속에 안겨서
정감어린 옛일을 추억해 보는 말할 수 없이 행복한 순간이라고나 할까..
조정래의 장편소설들을 읽을때
남도의 진한 사투리에서 가슴이 뜨뜻해지는 경험을 했다면
홍석중의 황진이에서는 인물들의 대사뿐 아니라
작가의 내래이션에서조차 옛말이 물씬하여
흡사 어머니의 자궁속으로 되돌아간듯 코끝이 찡하다
게다가 소설의 짜임새 또한 탄탄하여
작가의 안내에 따라
이야기패에 섞여서 한담을 나누기도 하고
조바심으로 달려가기도하고
절경에 취해 심신을 녹여보기도 하면서
쉴 새 없이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덧 막바지에 다다른다
작가가 창조한 인물들의 면면도 각기 개성넘치고 맛깔스러워
그것을 보는 재미가 또 한가득이다
가장 비중이 높은 황진이로 옮겨가자면
세밀한 심리묘사라든지
황진이의 눈을 통해 보는 대자연의 절경이
아름다운 미사려구로 되살아 난다든지
하는 것들이 범상한 글솜씨가 아님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독서의 감흥은 그렇다하고...
사랑의 감정이라든지 정사라든지 하는 장면의 묘사가
매우 적나라하게 펼쳐지는데
그 동안 알고 있던 북한사회의 감정의 폐쇄를 생각한다면
매우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1권끝의 문학평론가인 박태상씨의 말에 의하면
북한이 문학의 대중화를 표상하고 있고
또한 경제적으로 어렵다보니 돈이 될만한 문화상품 개발의 일환이 아닌가..
라고 추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것이었든 북한의 작가가
표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소설을 쓴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고
그랬기에 오늘날 [황진이]라는
이 아름답고 훌륭한 소설을 만나게 된 우리는
그저 행복할 따름이다
<재미있는 표현>
- 모르는 것이 부처다
- 무엇때문에 류수사또의 흥을 돕는 줄밥의 매노릇을 할까보냐
- 귀가 항아리만해진 사람들이
- 말이 세입을 건느면 뱀한테도 발이 생기는 세상이라
- 오뉴월 장마에 흙담 무너지듯
- 선떡 부스레기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기 때문에
- 무른감도 쉬엄쉬엄 먹어야
- 잘 해야 명태 뜯고 손가락이나 빨게 생겼다
- 가을바람에 부채노릇
- 종조리새 열씨 까듯 쉬임없이 재잘거리고
- 상여 메구 가다가 귀청을 후벼두 분수가 있지
- 상제가 울어도 제상의 가재미 물어가는 것만은 안다고
- 불 만난 오리걸음으로
- 앉은뱅이 닭 쫒듯 시늉뿐이고
- 머리속의 생각은 가리산지리산 갈피없이 허둥거렸다
- 흘러가버린 물로 물방아를 돌릴 수는 없는 것
- 논다니들은 봄바람에 버들아지 날리듯 맵시 있게 돌아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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